"왜 이렇게 글씨 쓰기 싫어해?"

아이에게 받아쓰기나 숙제를 시키다 보면, 연필을 쥐기도 전에 "손 아파", "하기 싫어"를 외치는 경우가 있어요. 게으른 게 아닐까, 의지가 없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고, 슬며시 화도 납니다. 그런데 사실 이 아이들 중 많은 수가 손 힘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일 수 있어요.

연필을 오래 쥐고 글씨를 쓰려면 손가락과 손목의 작은 근육들, 즉 소근육이 어느 정도 단련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 힘이 부족하면 금방 손이 피로해지고, 아이 입장에서는 정말로 아프고 힘든 일이 되는 거예요.

소근육이 약하면 어떤 모습이 나타날까요?

  • 연필을 너무 세게 쥐거나, 반대로 힘없이 쥐어요.
  • 조금만 써도 손이 아프다고 해요.
  • 가위질이나 단추 채우기를 어려워해요.
  • 글씨가 줄 위아래로 들쭉날쭉해요.
  • 쓰는 속도가 또래보다 많이 느려요.

이런 모습이 보인다면, 쓰기 연습을 더 시키는 것보다 먼저 손 힘을 길러주는 놀이를 함께 해보는 게 훨씬 효과적이에요. 걱정이 많이 된다면 작업치료사나 소아과 선생님께 한 번 여쭤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소근육 놀이

찰흙·클레이 놀이

반죽하고, 꾹꾹 누르고, 뭔가를 만드는 과정 전체가 손 힘 훈련이에요. 아이가 좋아하는 모양을 함께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소근육을 써볼 수 있어요. 특별한 준비 없이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입니다.

집게 집기 놀이

빨래집게나 작은 집게로 솜공, 콩, 단추 같은 것을 집어 옮기는 놀이예요. 집게를 여닫는 동작이 손가락 힘을 직접 길러줍니다. 그릇에 담기 등 간단한 규칙을 더하면 아이가 더 집중해서 참여해요.

종이 찢기·구기기

신문지나 색종이를 작게 찢거나 동그랗게 구겨서 눈사람, 꽃밭 등을 꾸미는 놀이예요. 찢고 구기는 동작이 손가락과 손바닥 전체 힘을 고루 사용하게 해줍니다. 결과물로 작품을 만들 수 있어서 아이도 성취감을 느낍니다.

스티커 붙이기·떼기

작은 스티커를 손끝으로 정확히 떼어서 붙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소근육 운동이 돼요. 그림 위에 색깔 스티커로 색칠하기처럼 목적이 있는 활동으로 연결하면 더 오래 집중합니다.

놀이 후, 연필 잡기가 달라져요

이런 놀이들이 쌓이면 아이 손에 조금씩 힘이 생기고, 연필을 쥐는 것 자체가 덜 힘들어집니다. 쓰기를 직접 가르치려 하기보다 쓰고 싶어지는 몸을 먼저 만들어주는 것, 그게 가장 빠른 길일 수 있어요.

오늘 숙제 대신 찰흙 한 덩이를 꺼내보는 건 어떨까요? 노는 것 같아도, 아이 손은 열심히 준비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