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사과하고 집에 왔어요

마트에서, 놀이터에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이가 소리를 지르거나, 갑자기 달려들거나, 낯선 사람 물건을 만지면 엄마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입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말이 입에 붙어버린 것처럼요.

집에 돌아오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집니다. 아이를 혼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죄인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요.

반복되는 사과가 엄마를 갉아먹는 이유

사과는 단순한 말이 아닙니다. 고개를 숙일 때마다 '내 아이가 잘못했다'는 메시지를 스스로에게도 보내게 됩니다. 그 메시지가 쌓이면 아이도, 나도 뭔가 결함이 있다는 느낌으로 굳어지기 쉬워요.

발달장애 아이의 행동은 '나쁜 의도'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감각과 표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그 차이를 늘 이해해주지 않죠. 엄마는 그 간극을 혼자 메우다가 조용히 고갈됩니다.

사과해야 할 때와 그냥 넘겨도 될 때

모든 상황이 사과를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타인에게 불편이나 피해가 생겼다면 짧고 담담하게 전하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큰 소리를 냈거나 조금 엉뚱하게 행동한 것만으로 연거푸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

'죄송합니다' 대신 '이런 아이예요'라고 담담하게 설명하는 연습도 도움이 됩니다. 사과는 잘못에 대한 것이고, 아이의 존재는 잘못이 아니니까요.

엄마 감정도 돌봐야 한다는 말, 너무 뻔하죠

'엄마도 쉬어야 해요'라는 말, 듣기만 해도 피곤하실 거 압니다. 쉴 틈이 어디 있냐고요. 그럼에도 한 가지만 여쭤볼게요. 오늘 사과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이 뭐였나요?

그 감정을 잠깐이라도 들여다보는 것, 일기 한 줄이라도 쓰는 것이 감정 고갈을 조금씩 늦춰줍니다. 감당 안 될 만큼 힘들다면 혼자 버티지 않아도 됩니다. 전문가와 짧은 상담 한 번도 작은 환기가 될 수 있어요.

같은 길을 걷는 부모들이 있어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비슷한 상황을 겪는 부모 모임에 참여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설명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는 위로의 결이 다릅니다. 완벽한 해결책은 없어도, 오늘 하루를 버텨낸 서로를 알아봐 주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어요.

도움받을 곳

혼자 막막할 때는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1800-5921)나 보건복지상담센터(129)에 전화해 상담받을 수 있어요. [fact, 출처: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broso.or.kr] 지원제도나 서비스 신청은 복지로(bokjiro.go.kr)에서 최신 내용을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