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는 화장실에서 울었어요
아이가 "엄마"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형이 아니라 동생이었어요. 세 살 터울의 동생이 형보다 먼저 말문을 연 날, 저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서 화장실 문을 잠갔습니다.
기쁨이 맞아요. 분명히 기뻤어요. 그런데 그 기쁨 뒤에 뭔가 무거운 게 같이 올라왔습니다. 죄책감인지, 슬픔인지, 아니면 그냥 지쳐서인지도 헷갈렸어요.
이 감정, 이상한 게 아니에요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형제 사이의 발달 차이가 얼마나 복잡한 감정을 불러오는지 아실 거예요. 동생이 형을 "앞질러" 가는 순간순간마다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 감정을 억누를 필요 없어요. 비교하는 게 나쁜 부모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형을 사랑하기 때문에 아픈 거예요. 그 마음을 먼저 인정해 주세요. 감정을 꾹 누르면 나중에 더 크게 터지더라고요.
동생에게도 미안해지는 마음
동생의 성장을 온전히 기뻐해 주지 못한 것 같아 동생에게도 미안해지죠. 동생 입장에서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형과의 비교 때문에 엄마의 반응이 작아지는 걸 느낄 수 있으니까요.
두 아이 모두에게 각각의 속도가 있다는 것,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 시간을 충분히 가져도 괜찮아요.
형제가 서로에게 주는 것들
동생은 형에게 말 자극을 줍니다. 어른보다 또래나 어린 아이의 말투가 더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올 때도 있어요. 형은 동생에게 기다리는 법, 천천히 함께 가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누가 먼저고 누가 나중이 아니라, 둘이 함께 자라고 있다는 것. 그 그림을 조금씩 머릿속에 그려 보려 노력 중이에요. 완벽하게 그려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형의 느린 속도를 기다리면서, 동생의 빠른 성장도 함께 보듬는 것. 그게 얼마나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인지 같은 처지의 엄마들은 알아요. 혼자 감당하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화장실에서 울었다면, 그것도 괜찮아요. 울고 나서 다시 나오는 것, 그게 바로 엄마가 매일 하는 일이니까요.
도움받을 곳
혼자 막막할 때는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1800-5921)나 보건복지상담센터(129)에서 상담받을 수 있어요. [fact, 출처: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broso.or.kr] 지원제도나 서비스 신청은 복지로(bokjiro.go.kr)에서 확인해 보세요.